일지희망편지 - 이등병 엄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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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엔세일 작성일08-11-27 13:50 조회3,016회 댓글0건본문
내 키만한 벤자민 고무나무 한 그루와
관음보살 같은 관음죽
그리고 올망졸망 화분들이 몇 개 놓여 있지요.
지금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것은 철쭉 화분입니다.
그 화분은 몇 해 전 막내 남동생이 안고 온 선물인데요.
해마다 봄소식을 안고 가장 먼저 피기 시작하지요.
한 화분에 세 종류의 꽃나무가 사이좋게 살고 있어서
티 하나 없이 하얀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연분홍이 섞인 꽃이 피고
맨 나중에 붉은 꽃이 피어납니다.
붉디붉은 꽃은 열정으로 피고
연분홍 꽃송이는 애틋한 순정으로
하얀 꽃송이는 맑디맑은 순수의 얼굴로 피어나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꽃들이 피어 우리 집 거실 창가를
봄아가씨처럼 곱게 지켜 주고 있습니다.
꽃이 피고 시들었다가 미련 없이 지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알아서 수줍은 꽃봉오리를 맺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피어났다가
때가 되면 저절로 떨어지는 꽃송이가
우리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날은 눈부시지만 결코 길지 않아요.
우리들 인생의 봄날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요.
꽃송이 떨구듯 내가 떨구고 온 눈부신 봄날 속에
지금 아들이 서 있습니다.
인생의 봄이 짧듯이
국방부에 잠시 맡겨둔 청춘의 시간도
잠시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길고 긴 하루 같지만 지나고 보면 잠깐이라구요.
찬란한 봄을 위해 꽃샘추위가 필요하듯이
푸르디푸른 청춘의 날들을 위해
지금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거라구요.
봄이 호락호락 오지 않듯이
청춘도 꽃샘추위를 견디면서
더욱 꽃다워지는 거라고….
[이 게시물은 엔세일님에 의해 2008-11-27 13:50:31 일지희망편지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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